사는 이야기

할머니의生家紀行

한림별곡 2012. 5. 11. 10:41

 

 

                       

 

16년전에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는 나와 꼭 40년의 나이차가 납니다.

늦둥이 비슷한 나이차이다보니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머니로 착각할 정도였지요....

그리고 사실상 어머니 역할을 도맡으셨지요...

10살도 되기전에 애비잃은 손자라서 유난히 애착이 크셨던것 같습니다.

어쩌면 커가는 나의 모습에서 당신보다 앞서간 장남의 모습이 어련거렸을 것도 같습니다.

보통의 아이들이 '엄마-'하고 울때 나는 '할매 -'하고 울었으니까요.

내 성장기의 대부분은 할머니와 함께였고 할머니 없는 나는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국민학교 다닐때 학교에서 부모님 모시고 오라고 하면 항상 할머니몫이었습니다.

아니 할머니 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나에게 할머니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내가 할머니의 생가를 알게된건 할머니가 돌아가신후 2년인가 지났을때였습니다.

한림의 집에 놀러오신 숙부님을 통해 인근에 할머니 생가(숙부님의 외가)가 있다는 말씀을 듣고 물어물어 찾아간곳,,,.

그 곳에서 할머니의 사촌동생이라는 분을 만났고 그분을 통해 할머니의 생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왜 할머니 살아계실때 할머니를 생가에 모시고올 생각을 못했는지 깊은 회한에 잠겼습니다

 

그 이후 몇번 더 그곳을 찾았으나 또 10년이 훌쩍 흘렀습니다.

5월8일 어버이날...

불현듯 그 생가가 생각나 길을 나섭니다.

창원시 대산면 유등리 유등마을... 

집을 나선지 1시간30분만에 어렵지 않게 생가앞에 도착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건 없는듯하지만 많이 쇠락했습니다.

물론 할머니가 보냈을 유년기나 성장기의 집은 아닐것입니다. 

 

 

 

 

생가 바로위에 있는 사찰로 발을 옮깁니다.

절 입구에 도착했으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합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誓願寺(서원사)....

몇번 불러보다가 안으로 들어섭니다.

역시나 빈절입니다.

비운지나 몇해는 되는듯 잡초가 어지러이 나있고 절 건물 안쪽에는 거미줄이 엉켜있습니다.

 

 

 

 

 

쓸쓸히 물러나 다시 마을길로 접어듭니다.

여느 농촌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즈버 태평년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갑자기 이 시조가 생각납니다.  양사언의 시조였던가?....

그리고 유진오의 '창랑정기'도 생각납니다.

 

        

마을회관앞을 지나옵니다.

어버이날이라 그런지 어르신들의 옛날노래 합창이 이어집니다.

 

 

어느 농가주택뒤로 아카시아꽃 향기가 어지럽습니다.

 

 

마을을 벗어날때쯤 마을의 수호신인양 떡 버티고 선 정자나무... 

몇백년은 되어봄직한....

아마 이 나무는 검은 귀밑머리 날리던 어린 시절의 우리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겠지요....

그리고 지아비따라 울며 떠났을 새색시적 우리 할머니를 또한 기억하고 있겠지요...

 

 

 

마을을 벗어나니 탁 트인 낙동강이 반깁니다.

그리고 엄청 넓은 둔치의 공원도..

 

 

이 육모정(六角亭)에서 잠시 상념에 잠겼다가 다시 한림으로 빠른 걸음을 옮깁니다.

나의 저녁밥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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