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무심한 세월만 흘러보낸
지리산종주.....
'바보들은 계획만 한다,'는 어느 책에서 읽은 한구절처럼 그렇게 바보같이 살다가
더 이상 바보가 되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올 6월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같이 갈만한
주변 친구들에게 계획을 알렸으나 한결같이 무반응...
그러면 '혼자라도 간다'는 오기로 7월초 비수기를 택해 실행에 옮기기로 합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찮을 수도 지리산 종주.
그러나 일상에 지친 심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나 자신에 대한 능력을 시험해
보고픈 생각에 '이번만은..' 하며 마음을 다집니다..
그러나 우연히 나의 계획을 알게된 막내사위가 굳이 같이 가겠다고해서 사위의 휴가
일정에 맞추어 8/4-8/6로 일정을 확정합니다.
그러나 등산을 안 다닌지 이미 오래고 매일새벽 6-10킽토정도 걷기운동이야 하지만
종주는 처음인터에 막내사위도 평소 운동이라곤 숨쉬기운동밖엔 안하던 사람이라
사실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러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한번 뽑은 칼을 다시 집어넣을수는 없는 일...
부족한 장비와 의류도 구입하고 계획도 세심히 점검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
합니다.
그러나 출발도 하기전에 새벽운동때마다 오른쪽 발바닥 통증과 함께 무릎도 뜨끔뜨끔
아픈게 영 컨디션이 좋지않아 걱정만 깊어갑니다.
더구나 15일전에 실시하는 대피소 예약이 성수기를 맞아 하늘의 별따기라 두사람이 각자의
PC에 매달려 예악을 시도했으나 접속도 못하고 단 몇초만에 예약이 끝나고 맙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포기를 하든지, 비박(노숙)을 하던지...
다시 비박에 따른 장비(메트, 침낭, 방수비닐등)를 추가구입하고 戰意를 다집니다.
드디어 8월4일,
새벅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6시20분 터미날도착, 7시 구례행 버스에 몸을 싣고
모자란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올리가 만무합니다. 그저 이번 산행이 아무탈없이
무사히 마칠수 있기를 눈을 감고 빌 뿐입니다.
10시20분,구례터미날에서 급히 김밥4개를 구입하여 성삼재행 농어촌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안은 가벼운 옷차림의 관광객 몇명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우리같은 등산객뿐입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또래는 보이지 않고 체력도 대단해 보이는게 기가 살짝 죽습니다.
이리 구불, 저리구블하며 40분정도 달려 목적지인 성삼재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에는 승용차가 가득하고 관광버스도 몇대 보입니다.
지리산종주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25.5km의 능선길을 말하며 노고단까지의 사전산행과
천왕봉에서의 하산길을 포함하면 하산코스에 따라 대략 35-45km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15-2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능선길을 걷는게 가벼운 배낭메고 떠나는 당일치기
등산과는 차원이 다른것 같습니다.
드디어 배낭을 메고 출발입니다
노
노고단대피소에서 준비해간 김밥을 먹고 진짜 종주길에 들어섭니다.
출발하기전 대피소 풍경을 담아봅니다.
노고단입니다. 여기까지는 길이 좋아 슬리퍼를 신고도 올라 올수있어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이어 종주길에 접어들자 '곰출현주의'라는 지리산다운 현수막이 있어 한컷 찍어봅니다.
그러나 종주중 이런 현수막을 수없이 만나다보니 나중에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온몸이 땀에 젖고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려도 묵묵히 참으며 한발한발 앞으로 앞으로...
그리고 틈틈이 쉬어 체력을 보충해가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1시간 정도 걸려 임걸령에 도착합니다. 이곳 임걸령샘터의 물맛이 몸을 한결 가볍게 해줍니다.
첫날 날씨는 맑았지만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끊임없이 시야를 가려 먼 경치를 보기가 힘듭니다.
그나마 잠시 시야가 있어 한장 찍어 봅니다.
노루목 삼거리, 종주길과 반야봉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입니다
총종주구간25.5km중 5.5km를 지났습니다.
배낭의 무게가 갈수록 천근만근, 틈나는대로 배낭을 내려놓고 쉬었습니다
경남, 전남,전북의 세개 道에 걸쳐있는 삼도봉 표지석 앞에서...
여기는 화개재...
오늘의 종주여정 10.5km중 아직도 4.2km가 남았습니다
연하천대피소가 무척 기다려집니다. 그러나 거기애 우리가 묵을 방은 없습니다.
임걸령샘터에서 보충했던 식수가 이곳 토끼봉에서 바닥이 났습니다.
앞으로 2.4km는 목마름을 견뎌야 합니다.
연하천 대피소로 진입하는 나무계단, 짙은 안개로 시계가 5m도 안됩니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어떤 식으로든 하루를 묵어야 합니다.
날은 저물고 목은 마르고, 배도 고프고, 예약된 잠자리도 없고....
더구나 막내사위는 이곳도착 30여분전에 발목을 접질러 다리를 절룩거리는게 영 불안해
보입니다.
과연 내일의 산행이 가능할지.....
우선 급한김에 물부터 2바가지를 연속으로 마시고 더 어두워지기전에 급히 저녁준비를
서두릅니다.
준비해간 김치찌개의 돼지고기를 안주로 소주도 한잔하고 대피소 앞마당에 메트를깔고
침낭속에 몸을 집어 넣습니다.
다시 이슬을 막아줄 비닐을 덮어 잠자리를 완성한후 누워서 하늘을 봅니다.
밤하늘의 별이 쏟아집니다. 뿌연 미리내속의 무수한 잔별들도 또렸하게 보입니다.
그렇게 또렸한 북두칠성도 난생 처음 보았습니다.
별 일곱개가 완벽한 국자모양을 연출합니다.
어릴적 고모들과 펑상에 누워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보다 더욱 밝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도 잠시, 곧 구름이 하늘을 가려 하늘이 온통 희기만 합니다.
한두번 더 별을 보여주던 하늘은 더 이상 별을 보는 호사를 허락하지 앟았습니다.
그냥 하얀 하늘을 보며 자는둥 마는둥 첫날밤은 그렇게 깊어 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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