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천대피소에서의 하룻밤...
늦은 저녁에 주위여건상 갈아입을 엄두도 못내어 어쩔수 없이 땀에 젖은 옷에 잤지만
밤이슬에 한차례 비까지 맞아가며 아침을 맞았습니다.
속옷은 그런대로 체온과 밤바람에 제법 뽀송하게 말라 있었습니다.
내가 다섯시반쯤 일어나 아침준비를 하는사이 막내사위는 새벽잠에 빠져 있습니다.
과연 종주를 계속할수 있을지...
오로지 막내사위에게 달렸습니다.
산에서 부상은 누구나 입을수 있는법....
설령 막내로 인해 수년간 벌려온 종주가 중도에 무산된다고 해도 원망은 말자며 스스로를
달려며 아침밥과 국을 끓여 둘이서 맛있게 먹습니다.
어떠냐고 물으니 어제보다 조금 나은것 같으니 산행을 계속하자고 합니다.
은근히 걱정은 되지만 고맙기도 해서 7시20분 짐을 챙겨 2일째 산행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출발과 함께 흩뿌리던 비는 이날 하루동안 줄기차게 이어졌습니다.
우의를 준비해 갔지만 그냥 맞고 걸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표지목은 50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부상이나 조난시 비상연락전화가
표시되어 있으며 이 표지목 번호만 알려주면 바로 위치식별이 가능토록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동전화도 가능합니다.
비와 구름, 안개로 시계가 불량해 주위를 조망할수가 없어 아쉬웠지만 길섶의 예쁜 야생화는 눈이
시리도록 실컷 보면서 걷고 또 걷습니다. 그러나 그 예쁜꽃도 비때문에 사진에 담기는 어렵습니다.
두어시간 걸려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다음대피소인 세석까지는 지금 상태라면 4시간 이상의 거리...
중도에는 하산로가 없기에 여기에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여기서 두시간반거리면 함양쪽으로 하산할수 있다기에 다시한번 막내에게 하산할 기회를 줍니다.
고민하던 막내가 그냥 계속하자고 합니다.
압박붕대를 감고 스프레이파스를 뿌려가며 ...
벽소령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한후 세석대피소를 향하여....
저 비와 안개속을 헤치고 가야합니다.
선비샘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걷습니다.
영신봉(1651m)...
이제 세석대피소가 600m 남았습니다.
거기에 가면 휴식이 있고 라면도 끓여먹을수 있습니다.
세석대피소에 13:50분 도착, 허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한후 오늘의 목적지인 장터목대피소로....
15:00 새석출발
장터목대피소 가기 바로 전의 연하봉(1730M)....
이제 20여분만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장터목대피소에 닿게 됩니다.
17:10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합니다.
대피소안은 사람들로 붐비고 혹시나 잠자리라도 잡을수 있을까해서 예약대기자에 명단이나
올리려고 시도했으나 대기자는 아예 접수도 않는다니 대략난감입니다..
어쨌던 먹어야겠기에 비좁은 취사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허기를 채웁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대피소 뒷쪽 쓰레기집하장 한쪽구석의 기발한 장소를 발견하고 쓰레기푸대로
비를 피할수 있도록 바리케이드를 치고 잠자리를 만들어 봅니다.
집하장 지붕은 투명아크릴로 되어있어 조그만 비에도 그 소리가 요란합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쓰레기 냄새, 땀냄새와 요란한 빗소리를 밤새 들으며 잠을 청했습니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수 있다는게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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